많은 인턴들과 일을 해봤다. 그렇다 보면 일 잘하는 인턴부터, 그냥 그런 인턴들, 아예 일을 안 시키게 되는 인턴들 등 종류가 다양하다. 데리고 있던 인턴들 중에서 MBB에 입사해서 어느덧 자리를 잡은 지 꽤 되는 친구들도 있기에, 그 친구들의 특징을 생각하면서 이 글을 써보고자 한다.

좋은 인턴이란 무엇일까?
1. 업무 기본
인턴 자체가 사회생활의 처음인 친구들이 은근히 있는데, 첫 사회생활이 컨설팅 인턴이면 조금 빡셀 수 있다.
문제점은 컨설팅 펌의 컨설턴트들은 그 인턴들에게 사회생활의 A to Z를 친절하게 알려 줄 만큼 여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사회생활에 대한 감을 미리 잡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하나씩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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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 클라이언트와 일하는 곳이다 보니 너무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옷차림보다는 포멀한 복장이 필요하다. 나중에는 편해질 수 있겠지만 초반에는 특히 긴장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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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준수: 서로 합의한 시간까지 도착해서 근무할 준비가 돼있는지. 나도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어쨌든 너무 지각을 많이 하면 몇 번 정도 주의는 주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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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메일을 보내는 건 매우 기본적인 비즈니스 매너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대학생 때 메일을 보낼 일들이 없다 보니 그런 기초적인 예의가 없는 경우가 있다.
이 정도가 업무 기본에 해당되는 얘기들일 것 같다.
2. 업무 역량
업무 역량에는 분명히 차이가 난다.
일단 가장 기본은 “컨설턴트가 찾는 정보를 잘 찾아오느냐”일 것이다. 컨설턴트는 절대 구글링 한두 번으로 나오는 자료를 찾아 달라고 시키지 않는다. 물어볼 시간에 이미 본인이 찾아서 썼을 테니까 말이다. 기본적으로 인턴한테 부탁하는 자료는 어느 정도의 난이도가 있는 자료들이고, 그 자료들은 인턴들 스스로도 프레임과 각을 잡고 시간을 써서 찾아와야 한다.
보통 업무를 전달했을 때 4종류가 있다.
1) 찾아오는데, 내가 원하는 게 맞는 경우
2) 찾아오는데, 내가 원하는 게 아닌 경우
3) 찾아오지 못하더라도, (나와 합의하에) 그에 준하는 유용한 proxy를 제안하는 경우
4) 찾아오지 못하고, 아예 본인 스스로 이상한 것을 찾아온다든지
여기서 내가 선호하는 건 1 > 3 >>>> 2 > 4이다.
포인트가 되는 건 3번인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모든 리서치에서 답이 존재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즉, 1번 경우의 수가 없다는 가정 하에서 3번이 가장 좋은 경우의 수다. 2번 경우는 오히려 별로다. 시간을 써서 무언가 가져왔는데 그게 전혀 쓸모가 없을 경우의 허탈함과 아찔함이 분명 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나는 insight를 강조하는 편인데, 항상 어떤 리서치를 하든 본인의 insight를 1~2줄이라도 추가하라는 얘기를 한다. 단순하게 리서치를 잘하는 것과 데이터에서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은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3.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쪼개서 말해보려 한다.
3.1 업무의 time manage/priority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컨설턴트들과 일을 하게 되면 일이 우수수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비유하자면 대학교에서 각 교수님들이 마치 자기 수업만 듣는 것처럼 과제를 내주는 그런 경우다.
그런데 분명 프로젝트 상황별 더 중요한 리서치가 있는데, 이를 컨설턴트 모르게 인턴 알아서 판단하다가 시간이 늘어지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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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xx님의 우선 시키신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어 yy까지는 어렵고 zz까지는 초안 제공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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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규모가 커서 xx 시쯤에는 초안 공유드리면서 방향성 align 하고, yy쯤에는 끊어서 최종적으로 보내 드릴게요.
보통 나는 만약 다른 컨설턴트와 업무가 겹치면 우리끼리 얘기해서 시간을 배분해 줄 테니 얘기하라고 하는 편인데, 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아쉬워하는 스타일이다.
3.2 업무의 clarification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이 부분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3.1이 업무의 양과 관련된 일이라면, 3.2는 업무의 질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이다.
예를 들어, 갑자기 “한국 보험시장 규모를 알아봐 달라”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하자.
저 지시를 듣고 바로 업무에 들어갈 경우 향후 문제가 생길 일이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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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일단 기간이 없다. 당장 올해를 얘기하는 것인가? 작년을 얘기하는 것인가? 최근 3, 5개년을 의미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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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시장의 정의: 보험에는 종류가 많다. 생명보험, 손해보험 외에 특수한 형태의 보험(재보험, 보증보험 등)까지 포함하면 매우 커진다. 어떤 보험시장을 정확하게 보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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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보험시장의 규모를 어떻게 볼지도 매우 애매하다. 보험사의 매출 규모? 보험사의 매출에는 투자이익 외에 대출 등의 다른 BM도 모두 포함돼 있는데 이것도 포함시켜야 하는 것인가? 혹은 보험 판매와 관련된 매출만 볼 것인가?
애초에 저렇게 clarfication이 많이 필요한 형태로 지시를 하지도 않겠지만, 저런 형태로 지시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인턴들이 본인 스스로 판단을 하고 업무를 진행하기 마련이다. 항상 업무의 완벽한 아웃풋을 위해서 clarification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4. Extra Mile
글쎄, 이 부분은 나도 얘기하기 어렵긴 하지만, 인턴들이지만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되는 친구들이 있다.
실제로 내가 어떤 맥락에서 해당 업무를 시키는지 이해하고, 해당 업무의 단순 리서치뿐만 아니라 내가 향후 필요한 작업들이나, 인사이트까지도 나름대로 정리해서 제공해 주는 경우가 있다. 이경우 확실히 엣지 있다고 느낀다.
혹은 나는 특정 주제, 장표로 치면 1~2장 정도의 내용에 대해서는 단순 리서치뿐만 아니라 본인이 담고 싶은 메시지까지 담고, 장표까지 그려보라고 시키는 편이다.
리서치된 내용을 장표화 하는 일은 또 다른 일이기에 버벅거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크게 문제가 없다면 내가 finalize해서 전체 흐름에 맞게 넣으면 인턴들도 본인의 일이 프로젝트에 기여했다는 생각을 하고 뿌듯해하는 것 같다.